빠르고 정확한 피드백을 설계하라

빠르고 정확한 피드백을 설계하라

  • 병아리 감별사
병아리 감별사란 직업이 있다. 이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암컷 과 수컷을 구별해내야 한다. 이유는 암컷은 컸을 때 알도 낳고, 육질도 좋아서 경제적으로 이득이 있지만, 수컷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아리 때 암수를 구분하여 키울지 말지를 정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은가 보다. 항문 부위를 보고 암수를 구별하지만, 눈으로 한 번에 파악되지 않는다고 한다. 굉장히 미세한 것들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직업은 미묘한 만큼,  또 꼭 필요한 만큼 수입도 좋다.
 
여하튼 이들의 도제 과정이 재미있다.  수련생들은 병아리의 엉덩이를 보고 단 수초 만에 암수를 구분한다. 다음에 전문가가 다시 확인한다. 이때 수련생은 자신이 어떻게 암수를 구분했는지 모른다. 재미있는 건 전문가 스스로도 어떻게 구분했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련생은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점차로 구분하기 시작한다. 확률이 좋아지면 수련생은 전문가가 된 다. 전문가가 된 이들은 다시 수련생을 키운다. 알지 못한다고 느끼지만 결국 알게 되는 상태를 시스템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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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투비행사
비슷한 사례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투 비행사들은 멀리 보이는 비행기를 보고 아군인지, 또는 적군인지를 빠르게 식별 해야 했다. 숙달된 선배 비행사들은 순간적으로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맞춘다. 선배 비행사들은 후배 비행사에게 이를 설명해주어야 했지만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자신이 어떻게 알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결국 이에 대한 훈련방법을 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다. 병아리 감별사 훈련법과 대동소이하다. 훈련병이 아군, 적군 중 하나를 말한다. 이어서 교관이 맞다, 또는 틀리다를 말해준다. 바로 피드백을 하는 것이다. 훈련을 지속하면 점차 훈련병이 맞추는 확률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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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지만, 점차 알아간다.
 
  • 남여 구분
신기하다고 느껴지지만 사실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1초도 안 되어서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있다.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몸의 곡선인가, 머리가 길어서인가, 목의 울대뼈를 보았는가, 아니면 순간적으로 모든걸 파악한 것인가?  어쨌거나 거의 정확히 알 수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의식적인 앎, 지식, 시냅스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 아이 어른 구분
아이들은 또래가 나오는 걸 좋아하는 듯하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온 어른은 아이들 흉내를 내려고, 머리에 인형모자를 쓰고 나온다. 놀이동산에서도 인형 모자를 쓴 어른들이 보인다. 그러면 아이들은 몸은 크지만 자기 또래라고 착각한다. 아마도 머리 비율이 어린이와 성인을 구분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었나 보다.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른과 달리 아이의 머리가 몸에 비하여 크다는 것을 말이다.
 
  • 테니스
테니스의 경우를 살펴보자. 레슨을 맡은 코치는 간단한 기본동작을 시연해주고 공을 계속 넘겨준다. 연습생은 공을 받아넘긴다. 네트를 넘기고 뒷줄을 넘기지 않으면 성공이다. 코치는 계속 공을 넘겨준다. 계속 넘긴다. 하루 이틀 공을 넘기다 보면 확률이 좋아진다. 점차로 스윙이 만들어지고 자세가 나온다. 코트 안에 공이 떨어지도록 하는 피드백 시스템은 내가 공을 치고 있는 동안에 계속된다. 결국 단순한 반복 연습이 피드백 되면서 머릿속에 실력으로 자리 잡게 된다.
 
동료 중에 테니스 선수 출신이 있어서 스윙 자세에 대해서 물어 볼 때가 있었다. 그러면 동료는 스윙을 한번 해본다. 그러고는 자신의 스윙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고는 대답해준다. 자신의 몸이지만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 조지 소로스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라는 유명한 투자자가 있다. 그는 투자할 때 무엇인가 잘못되면 등쪽에 예리한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선물같은 통증일까?  그는 수천번, 수만번의 투자경험으로 자신도 모르는 앎을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뭔가 잘못 되고있다는 느낌. 그 느낌은 맞을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
 
소로스는 이 선물 같은 통증을 꽤 신뢰했나보다. 직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통증은 어디에서 오는것일까?  성공한 수많은 투자와 실패한 수많은 투자의 결과가 피드백 되었고,  결국 자신도 모르게 등쪽 통증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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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감을 모두 믿으면 안 된다. 하지만 직감과 느낌을 무시하지도 말아야 한다. 나도 모르는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것일 수 있다.

  • 실력, 직감, 느낌
알게 모르게 아는 것이 가능하다. 단, 정확한 피드백이 일정 수준으로 반복되어야 한다. 강조하건대, 피드백이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실력이, 직감이, 느낌이 예리해진다. 알게 모르게 실력이 쌓이는 것이다.
 
 
정확한 피드백, 빠른 피드백을 설계하라.
 
알게 모르게 알아간다.
 
‘작심’ (신동선 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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